2016/10/20

Meditations behind Bars 2

저마다의 진실
각기 다른 골목을 살아서 각각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한 방에서 혼거하게 되면 대화는 흔히 심한 우김질로 나타납니다.
섬 사람에게 해는 바다에서 떠서 바다로 지며, 산골 사람에게 해는 산봉우리에서 떠서 산봉우리로 지며, 서울 사람에게 있어서 해는 빌딩에서 떠서 빌딩으로 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섬 사람이 산골 사람을, 서울 사람이 섬 사람을 설득할 수 없는 확고한 '사실'이 됩니다.
경험이 비록 일면적이고 주관적이라는 한계를 갖는 것이긴 하나, 아직도 가치중립이라는 '인텔리의 안경'을 채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는 나는, 경험을 인식의 기초로 삼고 있는 사람들의 공고한 신념이 부러우며, 경험이라는 대지에 튼튼히 발 딛고 있는 그 생각의 '확실함'을 배우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추론적 지식과 직관적 예지가 사물의 진상을 드러내는 데 유용한 것이라면, 경험 고집은 주체적 실천의 가장 믿음직한 원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몸소 겪었다는 사실이 안겨주는 확실함과 애착은 어떠한 경우에도 쉬이 포기할 수 없는 저마다의 '진실'이 되기 때문입니다.

난삽한 논리와 경직된 개념으로 표현되지 않고 생활 주변의 일상적인 사례와 서민적인 언어로 나타나는 소위 예술적 형상화가 이루어진 상태를 가히 최고의 형태로 치고 싶습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자신의 오진을 스스로 깨닫도록 은밀히 도와주고 끈기 있게 기다려주는 유연함과 후덕함을 갖추는 일입니다.
군자성인지미(君子成人之美), 군자는 타인의 아름다움을 이루어주며, 상선약수(上善若水
 ), 최고의 선은 순조롭기가 흡사 물과 같다.


더위 피하기 겸해서 십팔사략(十八史略)을 읽고 있습니다. 은원(恩怨)과 인정, 승패와 무상, 갈등과 곡직(曲直)이 파란만장한 춘추전국의 인간사를 읽고 있으면 어지러운 세상에 생강 씹으며 제자들을 가르치던 공자의 모습도 보이고, 천도(天道)가 과연 있는 것인가 하던 사마천의 장탄식도 들려옵니다. 지난 옛 사실에서 넘칠 듯한 현재적 의미를 읽을 때에는 과연 역사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살아있는 대화이며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더위 속에서도 항상 '정신의 서늘함'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칠야의 어둠이 평단(平旦)의 새 빛에 물러서는 이 짧은 시간에, 저는 별이 태양 앞에 빛을 잃고, 간밤의 어지럽던 꿈이 찬물 가득한 아침 세수대야에 씻겨나듯이, 작은 고통들에 마음 아파하는 부끄러운 자신을 청산하고 더 큰 아픔에 눈뜨고자 생각에 잠겨봅니다

Mr. Shin's thoughts are evocative of poet Dongju Yun's work. Both reflect on their life even at the hardest moment, striving for truth, morality, and justice.   

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나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Foreword

Wishing not to have
so much as a speck of shame

toward heaven until the day I die,
I suffered, even when the wind stirred the leaves.

With my heart singing to the stars,
I shall love all things that are dying.

And I must walk the road
that has been given to me.

Tonight, again, the stars are
brushed by the 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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