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회에서는 뿌리가 없는 사람일수록 높이 평가받는다. 지금 일본에서 부러움을 사는 사람이라면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고 외국에 집과 친구가 있는 사람' '1년에 절반 정도는 외국에서 체류하는 사람' 등일 것이다. 다시 말해 일본어를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 일본 내 커뮤니티가 필요 없는 사람, 극단적으로는 당장 일본 열도가 붕괴하고 원전이 재폭발해도 도망가면 그뿐일 사람들이 지금 일본의 권력과 재력을 틀어쥐고 있는 셈이다."
지은이의 말은 전광용의 단편소설 <꺼삐딴 리>의 주인공을 저절로 떠올려준다. 일제강점기 제국대학 의학부를 수석 졸업한 외과의사 이인국은 일제강점기에는 친일파로, 광복 직후에는 친러파로, 한국전쟁 이후에는 친미파로 잽싸게 변신한다. "그 사마귀 같은 일본 놈들 틈에서도 살았고, 닥싸귀 같은 로스케 속에서도 살았는데 양키라고 다를까... 혁명이 일겠으면 일구, 나라가 바뀌겠으면 바뀌구, 아직 이 이인국의 살 구멍은 막히지 않았다."
물리학은 정말로 속성상 '비여성적인' 학문일까? 답은 아무도 모르겠지만, 얼마전에 번역된 책 <평행 우주 속의 소녀>가 실마리를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예일 대학 물리학과의 첫 여성 졸업생이었던 저자 아일린 폴락은 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고 여러 연구 결과를 살펴보며 현장을 취재했다. 결론은 이렇다. "한 분야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흔히 다른 여러 분야에도 재능이 있으며, 어떤 재능을 더 살려야 할지를 결정할 때, 좀 더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해주는 분야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요컨대, 다른 어떤 요인들보다도 여성은 물리학을 잘하기 어렵다는 부정적 암시가 넘치는 환경과, 역할 모델이 될 여성 물리학자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변화를 위한 말하기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강남역 10번 출구 여성 살해사건 이후 이루어지고 있는 추모 행렬과 직접적인 행동들은 가부장제 한국 사회에서 ‘사소하게’ ‘개인적으로’ ’피해자의 탓으로‘ 만들어놓았던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가 몇몇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의 문제임을,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 구조적 문제임을, 성차별적 사회 문화를 바꾸지 않고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말하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고미경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믿음과 변화를 위한 행동>
대통령 심기가 통치하는 나라 -천관율 기자
스페인 태생의 정치학자 후안 린츠는 '권위주의'라는 개념을 정치학에 도입한 선구자다. 정치체제를 민주주의 아니면 전체주의로만 구분하던 1960년대에 린츠는 비민주적이면서도 전체주의와는 구분되는 통치형태로 권위주의를 제안했다... "권위주의는 전체주의처럼 이데올로기에 의거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쥔 사람들의 멘탈리티에 따라 작동한다."
'권력자의 멘탈리티에 따라 작동하는 통치'는 외부의 목표에 구속받는 대신 권력자의 심기에 따라 작동한다. 그래서 권위주의로 미끄러지는 정권에서는 통치의 합리성이 갈수록 사라진다.
겉으로만 보면, 임기 전반기나 지금이나 박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은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대체로 합의점을 찾기보다는 대결로 이끌어가고, 달래기보다는 도발하고, 타협하기보다는 고립시켜 제거하는 쪽을 택한다.
하지만 통치 스타일의 공통점을 넘어서는 차이가 존재한다. 임기 전반기만 해도, 찬반을 떠나 통치행위의 목표가 존재했다. 임기 첫해의 전교조 때리기, 임기 전반기를 끌어온 통합진보당 때리기, 노동개혁과 임금피크 정국을 이끌어왔던 정규직 노조 때리기 등은 하나의 일관된 전략 프로세스였다.
첫째, 지지 기반이 상대적으로 좁아야 한다. 둘째, 대상의 전투력과 결집력이 높을수록 좋다. 지지 기반이 좁은 조직이 결집력과 전투의지만 강할 경우 확산력은 오히려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셋째, 중산층이나 온건파가 공포를 느끼고 이탈하는 전장을 정교하게 고른다. 북한 문제, 노동 문제, 폭력 집회는 중산층과 온건파를 밀어내기 쉬운 이슈다. 이 세 요소가 합쳐지면, '똘똘 뭉친 소수 반대파 대 방관하는 다수파' 구도가 등장한다. 정부는 소수의 반대파를 도발해 뭉치게 하고, 최대한 강경한 선택을 하도록 부추긴다. 그렇게 형성된 강경반대파는 자기편으로 만들어야 할 중산층 온건파를 밀어내는 효과를 낸다. 결국 반대 여론은 고립되고, 헌법재판소 담장과 경찰 차벽 아래에서 산화해버리는 경로를 탄다.
미국 흑인은 엎드려도 총을 맞는다 -장정일
노예제도는 어느 모로 보나, 자유와 평등을 모토로 내건 미국의 건국 이상에 걸맞지 않았다. 특히 이 제도는 미국의 바탕을 이루는 기독교와 크게 모순되었다. 하지만 노예해방을 놓고 남북 사이의 갈등이 높아지면서, 노예제 찬성론자는 물론이고 남부의 교회 목사들은 성서로부터 흑인 차별의 근거를 찾았다. 남부 재력가들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고 흑인을 노예로 부려도 된다는 신학적 정립 작업에 나섰던 당시의 남부 침례교단은 훗날 한국의 복음주의 기독교 세력의 모태가 되고, 현재도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우익 보수주의 세력으로 남아있다.
첫째, 지지 기반이 상대적으로 좁아야 한다. 둘째, 대상의 전투력과 결집력이 높을수록 좋다. 지지 기반이 좁은 조직이 결집력과 전투의지만 강할 경우 확산력은 오히려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셋째, 중산층이나 온건파가 공포를 느끼고 이탈하는 전장을 정교하게 고른다. 북한 문제, 노동 문제, 폭력 집회는 중산층과 온건파를 밀어내기 쉬운 이슈다. 이 세 요소가 합쳐지면, '똘똘 뭉친 소수 반대파 대 방관하는 다수파' 구도가 등장한다. 정부는 소수의 반대파를 도발해 뭉치게 하고, 최대한 강경한 선택을 하도록 부추긴다. 그렇게 형성된 강경반대파는 자기편으로 만들어야 할 중산층 온건파를 밀어내는 효과를 낸다. 결국 반대 여론은 고립되고, 헌법재판소 담장과 경찰 차벽 아래에서 산화해버리는 경로를 탄다.
미국 흑인은 엎드려도 총을 맞는다 -장정일
노예제도는 어느 모로 보나, 자유와 평등을 모토로 내건 미국의 건국 이상에 걸맞지 않았다. 특히 이 제도는 미국의 바탕을 이루는 기독교와 크게 모순되었다. 하지만 노예해방을 놓고 남북 사이의 갈등이 높아지면서, 노예제 찬성론자는 물론이고 남부의 교회 목사들은 성서로부터 흑인 차별의 근거를 찾았다. 남부 재력가들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고 흑인을 노예로 부려도 된다는 신학적 정립 작업에 나섰던 당시의 남부 침례교단은 훗날 한국의 복음주의 기독교 세력의 모태가 되고, 현재도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우익 보수주의 세력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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