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7

정의는 386세대의 뜨거운 마음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른바 '386세대'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권력이 없기에 남용할 수도 없다는 집단적 착각에 빠져 있다. 심지어 청와대 고위 공직자이면서도 권력은 저기 무덤 속의 박정희나, 전두환이나 미 제국주의나 검찰에 있는 것이며 자신들은 늘 저항세력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이 없기에 남용도 없다. 내가 하는 건 그냥 고생시킨 가족을 위한 작은 보답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동지들의 작은 무리수는 고생한 과거와 함께 열어갈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덮어줘야 한다고 여긴다. 

그들은 사람, 공정, 평화, 한반도, 상식, 깨어있는, 정의, 개혁, 민주, 서민, 우리 아이들, 민족, 시민 같은 두루뭉술한 말에 취한 채 그 속에서만 산다. 늘 스스로가 우리 사회의 보편적 공의의 담지자라고 여긴다. 386들의 마음이 어떻든 그들은 이미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기득권 가운데 한 축이다. 그럼에도 공익의 담지자인 스스로가,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고 부당한 이익을 갈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주류로서 사회적 감시와 때로는 질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자의식이 없다. 

그들은 공직자로서 자신의 재테크를 딱히 숨기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공직자로서 대중의 눈을 조심해야 한다는 자각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정의는 386세대의 뜨거운 마음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 편파적인 우리들이 부딪치고 또 합의해나가는 구체적인 순간에 있다. 

황두영 <사시인 2019. 10. 22.>

2019/11/07

Shot in the Heart (내 심장을 향해 쏴라)

"나를 처벌하기 위해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내가 원하는 바이고, 나의 의지이니까. 당신들은 나의 마지막 살인을 도와주는 셈이다." 
온 나라가 게리를 증오했다. 그가 저지른 살인 때문이 아니라, 그가 도도하고 오만한 태도로 자신이 빠져나갈 길, 결국 자신을 승리자로 만들 방법을 이미 다 마련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리 길모어가 스스로에게 죽음의 형벌을 내리면서도 사형제도를 비웃었던 것은, 그 파멸의 신화 속에 얽힌 인간사회의 코드를 읽어내지 못하는 제도의 무능함과 모순 때문이었다.   
게리의 폭력적 에너지의 기원은... 미 대륙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종교적 피의 역사와 그 신화이며, 현대 미국의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치러야 했던 타락과 폭력의 시대, 가부장제도가 옹호해 온 부권의 독재와 횡포, 또한 아이에 대한 어른의 비겁한 폭력과 구타, 그리고 교화敎化가 아닌 교악敎惡의 원천이 되어버린 형벌제도이다. 

게리의 출감평가서를 작성했던 변호사는 이렇게 적었다. "길모어 군은 적절한 윤리적 규범 대신에 쾌락 본능을 따르며, 자신의 욕망을 즉각 만족시키려 한다. 타인에 대해 큰 적대감을 갖고 있어서, 스스로를 일종의 편집증적인 고독한 삶으로 몰아갔다. 또한 그는 자신의 성질을 전혀 통제하지 못한다."

사실 나는 어머니와 형들이 아버지의 죽음을 그토록 고통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 아버지를 위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아직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 놀라웠다. 어쩌면 그들이 눈물을 흘린 이유는 아버지가 그 긴 세월 동안 베풀지 않았던 사랑에 대한 서러움, 이제 화해의 기회를 영영 상실했다는 안타까움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자식들을 낳고 그 가족을 부양하느라 고생도 했지만, 동시에 가족들의 영혼과 희망을 망가뜨리기도 했다.

프랭크 길모어와 베시 브라운-- 그 얼마나 비참하고 가련한 인생들이었던가. 난 그들을 사랑한다. 그러나 이것만은 분명하다. 그들이 자식을 낳아 세상에 내보낸 것, 그것은 정말로 통탄할 일이었다.


감옥에서 보낸 그 잔인한 세월들이 그들을 그렇게 바꿔놓은 거야. 그들은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었지. 하루살이 같은 삶을 살다가, 어느 날 죽음이 그 삶에서 탈출할 수 있는 출구로 보이기 시작하지. 그건 모든 것으로부터의 탈출구이기도 해. 그들 중에는, 다른 모든 것들은 두려워도 죽음만은 두려워하지 않는 자들이 있어. 그러면 그들은 대단히 위험한 존재가 되고 말아. 그들은 가둬버릴 수도 없어. 그들이 원하는 것이 죽음이니까. 그들은 정말로 다른 인간에게 위험한 존재야. 그런 사람들 수천 명이, 바로 게리 같은 사람들이 이 땅을 활보하고 있어.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 그 문제는 정서적인 것일 수도 있고, 가정문제일 수도 있겠지. 그런 아이를 그 폭력이 난무하는 소년원이나 교도소에 넣는다고 해봐. 그러면 결국 그 아이는 내 동생 게리처럼 될 가능성이 많지. 게리는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어버렸어. 그는 죽음이 자신을 해방시켜 주길 원하고 있어. 


그가 원한 것은 죽음이었으며, 그것은 그의 최종적인 구원의 시나리오이자, 법으로부터의 마지막 탈출구였다. 게리에게 있어서 최대의 모순은 법이었다. 그가 보기에 법은 지금까지 늘 그를 망가뜨리는 길로만 그를 몰아왔다. 그런데 이제 그가 구제의 가능성을 완전히 포기해버린 지금에 와서야, 그를 구하겠다고 나서고 있었다. 그 법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그는 모든 것을 버려야 했다. 


Everyone makes mistakes and experiences failure in life. But of all the missteps people might make in their lifetime, bad parental upbringing is the worst. It is more likely to have a huge impact on a child than anything else. Inconsistent rules and expectation, emotional and physical abuses, and financial instability could result in transforming a promising future every child deserves to have. After all, good nurture turns out to be fundamental education in which parents have to be successful. Do not give a birth if you don't raise a child with responsibility. 
I firmly thought that criminals should be confined to a prison cell where they are isolated from innocent people. But this book makes me think that a jail is arguably the worst place where minor offenders could be dragged into a cycle of crime. The prison system seems to be a bog, not for rehabilitation. 

2019/10/22

In memory of 신해철(Crom) 1968 05 06 - 2014 10 27

여러분도 이 기회에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학교 갈 나이에 학교에 가서 취직을 할 나이에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할 나이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을 나이에 아이를 낳고 집을 살 나이에 집을 사는 것이 과연 당신이 진짜 한 번이라도 원한 삶이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삶의 과정이 될 수는 있어도 삶의 진정한 목표이자 종착지가 될 수 있는지.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이렇게 질문을 한다. 무섭지 않느냐고. 남들이 말하는 안전한 삶의 규칙을 계속 위반할 때마다 겁나지 않느냐고. 대답은 너무나 당연하다. 무섭다. 나도 사람인데. 그렇지만 내가 겁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말로 정말로 겁이 많기 때문에 나는 내 나름의 삶의 방식을 택했다. 남들이 똑같이 걷는 길에서 낙오하는 것에 대한 무서움보다 내가 진실로 원하는 나의 삶을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무서움이 훨씬 더 엄청나게 무서웠기 때문에 그냥 나의 방식을 택했다. 공포로써 공포를 제압했달까.


언제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 가네
나의 마음도 조급해지지만
우리가 찾는 소중함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 기다릴뿐 

<나에게  쓰는 편지> 

남들이 뭐래도 니가 믿는 것들을
포기하려 하거나 움추려 들지 마 

힘이 들 땐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마
앞만 보면 날아가야 해
너의 꿈을 비웃는자를 애써 상대하지 마

<해에게서 소년에게>

만남의 기쁨도 헤어짐의 슬픔도 긴 시간을 스쳐가는 순간인 것을 영원히 함께 할 내일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기다림도 기쁨이 되어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내게로 와 줘 내 생활 속으로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게 새로울거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게 달라질거야
<일상으로의 초대>
 
나 거친 삶 속에서 너와 마주친 그 순간 모든 게 바뀌어졌어
나 표현 못해도 내가 못 가진 그 따뜻함 싫지는 않았어
감추고 싶은 나의 지난날들 기억하기 싫은 내 삶의 흔적을
말하지 않아도 넌 그저 눈빛만으로 날 편안하게 해
먼 훗날 언젠가 나를 둘러싼 이 모든 시련이 끝나면 내 곁에 있어 줘
<먼 훗날 언젠가>

<날아라 병아리>를 부를 당시, 관객 맨 앞줄에서 돼지 멱따는 소리로 온 힘을 다해 따라 부르던 몇 명의 남자 관객들에게 나는 정말이지 날아차기로 면상을 날려주고 싶었다. 어쿠스틱기타 한 대와 오케스트라 전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정교한 타이밍을 타고 가야 하는 노래에서 박수를 치질 않나(장수 만세냐),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질 않나. 넥스트의 단독 공연이었다면 단언컨대 나의 날아차기는 실현되었을 것이다. (신해철 유고집 <마왕 신해철>)



바보처럼 사람들을 사랑한 사람, 인문학 도서를 무겁게 여기지 않은 사람, 만화책을 가벼이 여기지 않은 사람, 무명 신인의 음반일지언정 한 가지라도 미덕을 찾아내고자 했던 사람, 아무도 관심 없는 삶이라도 외면하지 않았던 사람, 사회적 약자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는 다양한 악덕에 대해 온몸으로 분노한 사람... 그는 우리 대중음악사에 등장한 최초의, 그리고 최후의 인문주의 예술가, 르네상스인이었다. (강헌)

“하도 욕을 얻어먹어 영생할 것”이라 늘 장담했던 그이기에, 계속 우리 곁에 남아 오랫동안 우리를 통쾌하게 해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있을 때 잘해”라는 농담 같지 않은 농담을 남긴 채 너무나 빨리 우리 곁을 떠났다. 어떤 죽음이든 상실감을 남기기 마련이나, 그의 죽음이 남긴 상실감은 예외적이다. 이 남다른 상실감은 그의 빈자리가 그 밖의 다른 누구로도 채워질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리라. (진중권)


언젠가 형이 그랬습니다. 생명은 태어나는 것 자체로 목적을 다한 것이기 때문에 인생이란 그저 보너스 게임일 뿐이라고요. 따라서 보너스 인생을 그냥 산책하듯이 그저 하고픈 것 마음껏 하면서 행복하라고 말했었죠.
지금 생각하면 형은 이 보너스까지도 참 멋지고 훌륭하게 그렸던 것 같습니다. 이제 더 좋은 곳에서 또다른 산책을 하면서 형이 좋아하는 음악과 삶에 관한 이야기 마음껏 하시겠죠. (서태지) 


지성을 갖춘 놀라운 ‘강심장’이었다. 지식인, 정치인의 허위를 광장에서 단 한마디로 날려보내던 신해철. 그 인격, 지성, 음악으로 스스로 시대의 예술가가 되었던 신해철. 당신은 그런 예술가였기에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습니다. (문성근)



앞으로도 나는 결코 그의 명복을 빌지 않을 것이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한 그는 여전히 나와 같이 살아갈 것이므로. 우리가 그를 호명하고 그의 음악이 가진 감동을 나누는 한 그는 여전히 살아 숨 쉴 것이므로. 

이제 그의 이름 앞에 故라는 단어를 붙여야 하는가? 나는 거부하겠다. 신해철의 음악이 우리 가슴 속에 살아 있는 한 그 이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미래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는 천재도 영웅도 아니었다. 다만 그에게는 언제나 '다음'이 있었다. 다음을 향한 불굴의 의지, 그것이 신해철이 지닌 가장 빛나는 예지였다.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장르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 (강헌 <신해철>)

생활의 소품으로서, 말하자면 설거지하면서 흥얼거릴 수 있는 음악도 있을 수 있고, 사랑 타령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생활의 위안이 될 수 있는 음악도 있지만,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사회에 영향을 주고 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음악도 있어야 하죠. 저는 핑크 플로이드에서 그런 예를 봤거든요.


나는 신해철은 죽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의 육신(肉身)은 사라졌지만, 그의 정신과 그의 철학과 그의 음악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가 불사조를 넥스트의 상징으로 삼은 건 영원히 살고자 했음이리라. (박준형, 오마이뉴스)









Goodbye Mr. Trouble 
꽃은 지고 달은 기울어 가네
아무런 인사도 남기지 않고
날은 가고 맘은 아물어 가네
산 사람 살아야 하는 거겠지
화를 내면 진다
눈물 흘리면 진다
웃지 못하면 티를 내면 진다
백번 천번을 고쳐 말해봐도
천 번 만 번 매일 져버리네
탄식으로 단을 쌓고
한숨으로 향을 피워
이제 꽃 한송이 올려
희망이라 부르며
그대를 보낸다

누군갈 사랑하는 일도
몹시도 미워하는 일도 모두
힘든 거라면 어차피 고된 거라면
사랑함이 옳지 않겠냐만
나는 그대가 밉고 또 밉고 또 미워서
고맙다는 말 대신 미안타는 말 대신
그대가 남겨둔 화분에 눈물을 뿌린다
Goodbye Mr. Trouble
남겨진 일들은 남은 자들의 것일 뿐
Goodbye Mr. Heartache (Lonely heart)
끝까지 살겠소
죽어도 살겠소
우리 살아서 그 모든 걸 보겠소




2019/10/21

N.EX.T IV: Lazenca - A Space Rock Op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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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집은 넥스트 사상 최대의 앨범 제작 비용이 투입되었고,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동원되어 서울 런던을 오가며 작업이 이루어졌다. 신해철은 당시 '태동기에 있는 우리 만화영화가 국제경쟁력을 갖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한 작업'이라고 밝혔다.
수록곡 중 〈Mars, The Bringer Of War〉는 영국의 작곡가 구스타브 홀스트가 작곡한 행성 모음곡 중 첫 번째 악장을 사용했다. 《영혼기병 라젠카》방영 당시 오프닝 곡으로 〈Lazenca, Save us〉또는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엔딩 곡으로는 〈먼 훗날 언젠가〉가 사용되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
먼 훗날 언젠가

나 거친 삶 속에서 너와 마주친 그 순간 모든게 바뀌어졌어 

나 표현 못해도 내가 못 가진 그 따뜻함 싫지는 않았어 

감추고 싶은 나의 지난날들 기억하기 싫은 내 삶의 흔적을

말하지 않아도 넌 그저 눈빛만으로 날 편안하게 해 

먼 훗날 언젠가 나를 둘러싼 이 모든 시련이 끝나면 내 곁에 있어 줘

넌 내가 잊어버린 마음을 여는 법을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줬어 
넌 내가 포기했던 일상 속의 행복을 내게 돌려줬어 
좀 더 다정하게 말하려 해도 그럴 재주 없는 이런 나지만 
말하지 않아도 넌 그저 눈빛만으로 날 편안하게 해 
먼 훗날 언젠가 나를 둘러싼 이 모든 시련이 끝나면 
네가 편히 잠들 수 있도록 너의 머리맡을 나 항상 지킬게

네가 무서운 꿈을 깨어나 내 이름을 부를 땐 나 언제나 
말하지 않아도 넌 그저 눈빛만으로 날 편안하게 해 
먼 훗날 언젠가 나를 둘러싼 이 모든 시련이 끝나면 내 곁에 있어 줘 
먼 훗날 언젠가
먼 훗날 언젠가

한성별곡(2007) / 칼의 노래(2001)

한성별곡 

당쟁은 줄지않고 백성들의 삶은 나아지지가 않는다.
신료들도 백성들도 나를 탓하기에 바쁘다.
나의 간절한 소망을 따랐다는 이유로 소중한 인재들이 죽어나가고,
내가 꿈꾸던 새로운 조선은 저만치서 다가오질 않는다.
아무리 소름이 끼치고 아무리 치가 떨려도 난 결코 저들을 이길 수 없다.
저들이 옳아서 이기는 게 아니라 내가 백성들을 설득하지 못해 지는 것이다.
나의 신념은 현실에 조롱당하고 나의 꿈은 안타까운 희생을 키워가는데,
포기하지 않는 나는.. 과연 옳은 것이냐?




칼의  노래

"절망의 시대에서 헛된 희망을 설치하고 그 헛된 희망을 꿈이라고 말하지 않고, 그 절망의 시대를 절망 그 자체로 받아들이면서 통과해가는 한 인간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소설가 김훈)


“나는 하루 종일 혼자 앉아 있었다. 텅 빈 바다 위로 크고 무서운 것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각사각 사각, 수평선 너머에서 무수한 적선들의 노 젓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환청은 점점 커지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고개를 흔들어 환청을 떨쳐냈다. 식은 땀이 흘렀고 오한에 몸이 떨렸다. 저녁무렵까지 나는 혼자 앉아 있었다.”

무능하고 나약하며 잔인하기까지 한 왕 선조. 전장의 영웅으로 백성의 지지를 온몸에 받고 있는 이순신이 역모를 일으켜 자신을 죽이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며 전전긍긍한다. 선조와 탐관오리들은 논공행상을 해야 할 마당에 도리어 조정을 능멸하고 임금을 기만했으며 조정의 출정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고문한다. 원균의 함대가 칠전량 해전에서 전멸하자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하는 뻔뻔함과 비열함을 드러내는 자들이었다. 

왕과 권력자들이 자기 살 길을 찾아 떠난 후 의지가지없이 남은 백성과  나라를 책임져야 했기에, 가장임에도 혈육을 지켜주지 못했고 어머니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그로 인해 비통해한다. 게다가, 동료장수라고 할 수 있는 권률, 원균도 마음을 나누고 믿을 만한 이가 못 되니, 마음 둘 곳 없이 외로이 전장에 서게 된다. 지원군으로 온 명의 군대는 참전하지는 않고 실리를 챙기는 것에만 급급할 뿐이며, 그럼에도 약소국인 조선은 그들의 갑질을 참아내고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다. 조정의 군수물품 지원은 꿈도 꿀 수 없다. 오직 나라를 지켜야 하는 의무만 있을 뿐이다. 알아서 군량을 준비하고 무기를 정비하며 따르는 백성의 무리까지 건사한다. 이러한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한 한 인간의 절망과 고뇌가 절절이 느껴진다. 

적의 칼에 죽임을 당하지 않으면 임금의 칼에 죽임을 당할 것을 알기에 몸둘 곳이 없다고 말하는 장군은 차라리 전장에서 죽는 자연사를 원한다. 그렇기에 이순신 장군의 必生則死 必死則生는 의미심장한 말일 수밖에 없다. 결국 장군은 외로이 싸우다가 무술년(1598년) 11월 19일 노량해전에서 전사한다.

나는 내 자연사에 안도했다. 바람결에 화약 연기 냄새가 끼쳐왔다. 이길 수 없는 졸음 속에서, 어린 면의 젖 냄새와 내 젊은날 함경도 백두산 밑의 새벽 안개 냄새와 죽은 여진의 몸 냄새가 떠올랐다. 멀리서 임금의 해소기침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냄새들은 화약 연기에 비벼지면서 멀어져 갔다. 함대가 관음포 내항으로 들어선 모양이다. 관음포는 보살의 포구인가. 배는 격렬하게 흔들렸고, 마지막 고비를 넘기는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선창 너머로 싸움은 고요해 보였다.
세상의 끝이……이처럼……가볍고……또……고요할 수 있다는 것이……. 칼로 베어지지 않는 적들을……이 세상에 남겨 놓고……내가 먼저……. 관음포의 노을이……적들 쪽으로…….

2019/10/16

Dunbar's Number: Why We Can Only Maintain 150 Relationships

The theory of Dunbar’s number holds that we can only really maintain about 150 connections at once. But is the rule true in today’s world of social media?


There are well-defined limits to the number of friends and acquaintances the average person can retain. But the question about whether these limits are the same in today’s digital world – one in which it’s common to have social media profiles, or online forums, with thousands of followers – is more complicated.
According to British anthropologist Robin Dunbar, the “magic number” is 150. Dunbar became convinced that there was a ratio between brain sizes and group sizes through his studies of non-human primates. This ratio was mapped out using neuroimaging and observation of time spent on grooming, an important social behaviour of primates. Dunbar concluded that the size, relative to the body, of the neocortex – the part of the brain associated with cognition and language – is linked to the size of a cohesive social group. This ratio limits how much complexity a social system can handle.
Dunbar and his colleagues applied this basic principle to humans, examining historical, anthropological and contemporary psychological data about group sizes, including how big groups get before they split off or collapse. They found remarkable consistency around the number 150.
According to the theory, the tightest circle has just five people – loved ones. That’s followed by successive layers of 15 (good friends), 50 (friends), 150 (meaningful contacts), 500 (acquaintances) and 1500 (people you can recognise). People migrate in and out of these layers, but the idea is that space has to be carved out for any new entrants.
Dunbar isn’t sure why these layers of numbers are all multiples of five, but says, “this number five does seem to be fundamental to monkeys and apes in general”.
Of course, all of these numbers really represent range. Extroverts tend to have a larger network and spread themselves more thinly across their friends, while introverts concentrate on a smaller pool of “thick” contacts. And women generally have slightly more contacts within the closest layers.


'사막 장미' 본뜬 카타르 국립박물관

'사막 장미(sand rose)'는 장미 모양을 가진 사막의 모래 덩어리를 뜻하는데, 해양 사막 지형에서 볼 수 있다. 모래에 갇혀 있던 해수가 증발하면서 모래와 미네랄이 엉켜 장미 모양의 결정체로 굳어지는 경우를 일컫는다. 드물게 발생해 행운의 상징으로 통한다. 



2019/10/10

Aging with Dignity: Every life is important and deserving of dignity

미국의 비영리단체 Aging with Dignity는 1996년 '다섯 가지 소원(five wishes)'이라는 제목의 생전 유언장을 만들었다. 단체 차원의 운동으로 시작된 다섯 가지 소원은 현재 미국 내 40개 주에서 법적 효력을 갖는 문서가 됐다. 적는 내용은 건강 관련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없을 때 나를 대신해 결정을 내릴 대리인을 3명까지 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밖에 심폐소생술을 비롯해 원하거나 원하지 않는 치료나 간병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적도록 되어 있다. 

Aging with Dignity is a national non-profit organization based in Tallahassee, Florida. The stated mission of Aging with Dignity is to "honor the God-given human dignity of the most vulnerable among us". The primary focus of Aging with Dignity is to improve end-of-life care by encouraging people to make medical decisions in advance of a serious illness.

김대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권역호스피스센터장(가정의학과 교수)은 죽음에 대해 이런 차원의 접근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은 연명의료 중단 제도가 도입되면서 의료적인 부분만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섯 가지 소원'을 보면 완화 의료 단계에서 목욕은 일주일에 몇 번하고 싶은지, 페디큐어나 매니큐어는 어떻게 하기를 원하는지, 임종 순간에 당신의 퇴장곡은 무엇이 되길 원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적게 돼 있어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껄끄러울 때 좋은 대화 주제로도 사용할 수 있겠죠. 이 정도는 미리 써야 우리가 죽음을 진지하게 이야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2019/10/06

캠릿브지 대학의 연결구과

Aoccdrnig to a rseearch taem at Cmabrigde Uinervtisy, it deosn't mttaer in waht oredr the ltteers in a wrod are, the olny iprmoatnt tihng is taht the frist and lsat ltteer be in the rghit pclae. The rset can be a taotl mses and you can sitll raed it wouthit a porbelm. Tihs is bcuseae the huamn mnid deos not raed ervey lteter by istlef, but the wrod as a wlohe.
캠릿브지 대학의 연결구과에 따르면, 한 단어 안에서 글자가 어떤 순서로 배되열어 있는가 하것는은 중하요지 않고, 첫째번와 마지막 글자가 올바른 위치에 있것는이 중하요다고 한다. 나머지 글들자은 완전히 엉진창망의 순서로 되어 있지을라도 당신은 아무 문없제이 이것을 읽을 수 있다. 왜하냐면 인간의 두뇌는 모든 글자를 하나 하나 읽것는이 아니라 단어 하나를 전체로 인하식기 때이문다.
처음 이 현상에 대해서 글을 쓴 사람은 그레이엄 롤린슨(Graham Rawlinson). 1999년에 뉴 사이언티스트라는 학술지에 E-mail을 보내면서 1976년에 자신이 쓴 박사학위 논문을 언급하면서 보낸 편지에서 유래되었다. 그는 노팅엄 대학에서 단어 인식에 있어서 글자 위치의 중요성이란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쓴 이력이 있다. 그 논문에서 영어를 기준으로 해서 처음과 끝의 2글자를 남기고 나머지 글자가 섞여 있어도 큰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다고 썼다.
"In a publication of New Scientist you could randomise all the letters, keeping the first two and last two the same, and readability would hardly be affected. My analysis did not come to much because the theory at the time was for shape and sequence recognition. Saberi's work suggests we may have some powerful parallel processors at work. The reason for this is surely that identifying content by parallel processing speeds up recognition. We only need the first and last two letters to spot changes in meaning."

Realize One Day You'll Be Old

Realize One Day You'll Be Old
 
Sweat the small stuff.

Put energy into your loved ones, into the values which matter to you.
 
Spend time in nature.
 
Drink in the seasons.
 
Enjoy the weather, every type of it.
 
Yes, live frugally.
 
Marry for love, not for money.
 
Do work that carries meaning.
 
Save for the future.
 
Realize one day you’ll be old.
 
 
  
정치인은 투명한 어휘, 분명한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 부연설명이나 해명을 해야 하는 발언은 이미 잘못된 것이다. 통섭의 지성사에 부합하거나 통합적 마인드가 필요하긴 하나, 보수로 위장하고 한법재판소 법정에서까지 태극기로 치장한 정치세력과 대화하기 위해 그들의 '선의를 믿어야 한다'는 주장은 말장난이거나 반대세력에게도 굄을 받고자 하는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평범한 주장을 하는 것 같지만, 생각이 드러난 것이 인간의 행위다. 결과적으로 행위를 심판하고 처벌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행위를 낳은 인간의 사고, 생각의 출발점을 확인하지 않으면 행위의 의미를 판단하기가 불가능하다.
 
정치의 요체는 상이한 정책 간의 조율 혹은 조정이지 모두를 아우르려고 하는 봉합이나 통합이 아니다. 헌법적 기본 가치를 외면하는 상대방과 마주 앉아 통합이나 협치를 말한다면 궤변이고 정치적 야합니다.
 
 
 
'의견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차분히 반박하는 댓글보다 '얼마 받았냐'라며 다짜고짜 따지는 댓글이 많다. 다른 것은 그르니 배척해야 한다는 집단주의가 만연해 있다. "나와는 큰 틀에서 의견이 다른데, 그래도 곱씹어볼 대목이 있다"라거나 "나와 비슷한 의견이긴 한데 이런 대목은 좀 억지다" 같은 반응은 점차 사라지고 '사이다''얼마 받았냐'라는 양극단에 가까워지는 댓글.
 
우리는 왜 상대와 내가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가. 큰 틀에서 의견이 다르더라도 배울 점이 있고, 같은 맥락의 주장 중에서도 걸러야 할 것이 있다는 점을 왜 자주 잊곤 하는가. 댓글을 찬찬히 읽다 보면, 어쩐지 친구들이 죄다 이스트팩 가방을 메고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나도 이스트팩 가방을 메야 한다고 생각했던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나와 같은 것은 옳고 다른 것은 그르니 배척해야 한다는 동물적 본능, 무리와 조금이라도 달라지는 것은 탈락을 의미하니 안간힘을 써서 남들과 같아져야 비로소 안도하는 초라한 집단주의가 지배하던 사춘기 시절 말이다.
 
 
 

2019/10/03

Meditations behind Bars 4

상책은 싸움에 잘 지는 것입니다. 강물이 낮은 데로 낮은 데로 흘러 결국 바다에 이르는 원리입니다. 쉽게 지면서도 어느덧 이겨버리는 이른바 패배의 변증법을 터득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사실 진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기기보다 어렵습니다. 마음이 유(柔)해야 하고 도리에 순(順)해야 합니다. 더구나 지면서도 이길 수 있기 위해서는 자신이 경우에 어긋나지 않고 떳떳해야 합니다. 경우에 어긋남이 없고 떳떳하기만 하면 조급하게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할 필요도 없고, 옆에서 보는 사람은 물론 이긴 듯 의기양양하던 당사자까지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완벽한 승리가 되어 돌아옵니다. 그러나 이것도 싸우지 않는 것만은 못합니다. 


管鮑之交
“일찍이 내가 가난할 때 포숙과 함께 장사를 했는데, 이익을 나눌 때 나는 내 몫을 더 크게 했다. 그러나 포숙은 나를 욕심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내가 가난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사업을 하다가 실패하였으나 포숙은 나를 어리석다고 말하지 않았다. 세상 흐름에 따라 이로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세 번 벼슬길에 나아갔다가 번번이 쫓겨났으나 포숙은 나를 무능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내가 시대를 만나지 못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싸움터에 나가 세 번 모두 패하고 도망쳤지만 포숙은 나를 겁쟁이라고 비웃지 않았다. 내게 늙으신 어머니가 계심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를 낳은 이는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者 , 者 ).”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안다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그것을 즐기는 것만 못하다

2019/09/30

Is Balanced Regional Development Possible?

In July of 1979, a 4-year-old software startup relocated their headquarters to Seattle from Albuquerque. The labor markets in both cities were similar back then; the percentage of college graduates in Seattle was higher than Albuquerque by 5 points, and the income was by $4,200. Over the last three decades, however, the gap between two cities has grown so wide that it looks like the difference between the US and Greece; Seattle has 45% more college graduates who earn $14,000 more income. The name of the startup is Microsoft. 

연구인력이 생산인력을 넘어서는 지식 기반 기술기업 구조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기업의 경쟁 양상이 인재 확보 경쟁으로 바뀌면서 '입지'의 개념이 바뀐다. 수도권의 비싼 땅값 정도는 기업의 고려사항이 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노동시장은 서울과 성남에 집중되어 있다. 그 경계를 벗어나면 고급인력을 구할 가능성은 급격히 떨어져서, 공장을 끌고 들어갈 필요가 없는 IT 기업들은 기를 쓰고 경계 안쪽에 자리를 잡는다. 21세기 지식 기반 산업은 '20세기형 집중'의 비용을 뛰어넘을 만큼 집중의 효용이 크다.  

Enrico Moretti <The New Geography of Jobs 직업의 지리학: 소득을 결정하는 일자리의 새로운 지형> 노동경제학과 도시경제학 등 풍부한 학문적 이론과 20여 년간의 일자리·평균 소득 추이 분석을 통해 ‘지구는 평평하지 않다!’는 사실을 통찰력 있게 증명해낸 명작. 세계화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일자리의 새로운 지형을 한눈에 파악하고, 생존과 번영에 성공한 혁신 중심지들만의 전략과 성공의 법칙을 제시하는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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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러운 일자리 상실에 직면하면 많은 사람들은, 모든 외부와 내부의 위협에서부터 제조업 부문을 보호함으로써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 있으며 그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제조업 운동가들’은 역사와 싸우자고 제안한다. 그들의 주장은, 제조업의 쇠퇴를 가져온 힘을 제지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단순한 사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육지로 밀려오는 바닷물을 되돌릴 수 있다고 믿었다가 물에 빠져 죽을 뻔했던 영국 왕 크누트와 마찬가지로, 그 운동가들도 역사의 힘을 거스를 수는 없다. 
신흥국가들에서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과 대학원 교육을 받음에 따라, 세계적으로 혁신 능력을 갖춘 숙련되고 창의적인 근로자들의 공급이 늘고 있다. 장기적으로 세계화와 기술 발전은 새 아이디어와 신제품을 생산하는 창의적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 더 많은 보상’을 의미한다. 이것은 사회 전체에는 좋은 소식이지만, 이런 변화의 효과는 지리적으로 불균등하게 나타난다. 새 일자리의 창출은 국가 전체에 걸쳐 균등하게 퍼져 있지 않다. 일부 도시들과 지역들을 선호하는 반면 다른 곳들은 무시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그만큼 지리는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다.

"더 싼 지역으로 갈 수 있는데도 왜 혁신 기업들은 비싼 지역에 모이는가?" 더욱이 이 실시간 통신과 초연결의 시대에, 통신망만 연결된다면 어디에 있어도 상관이 없을 것 같은 IT 기업이 왜 굳이 그 비싼 월세를 물며 실리콘밸리로 모여드는가? 
1. 고급인력이 많기 때문이다. 지식 기반 경제에서 대도시는 플렛폼처럼, 집중될수록 더 많은 자원을 끌어들인다. 
2. 지식은 한군데 모여서 상호작용을 할수록 커지고 흘러넘친다. / 특정한 도시에 대학을 졸업한 노동자의 비율이 10% 늘어나면 그 도시 고졸 근로자의 수입이 7%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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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시대에서 글로벌 대도시의 시대로
20세기에 균형발전론은 지방에 대규모 제조업 단지를 전략적으로 조성하고 토건 예산을 지역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정부는 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 옵션을 잃어가고 있다. 수도권 규제는 지식 기반 산업체에 드는 칼이 아니다. 반도체 사업 정도가 되면 협상력의 역전도 일어난다. 국가 경제 전체가 반도체의 수출 역량에 달려 있다시피 한 상황에서, 반도체 사업이 수도권 규제 완화를 요구할 때 정부가 수용하지 않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 
영국은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Brexit의 손을 들어주었다. 집중과 연결의 수혜 도시 런던은 반대했으나, 소외된 나머지 자역의 분노가 결과를 뒤집었다. 이제 국경이라는 경계보다, 글로벌 도시와 배후지라는 경계가 실제 현실에 더 가까워진다. 거대도시들의 글로벌 네트워크의 이륙을 지켜보던 배후지가 표를 무기로 역습을 택할 때, 정치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그게 브렉시트였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이었다. 

2019/09/24

HBO Chernobyl

Poster showing Chernobyl the five part miniseries for HBO

Chernobyl Episode 1: 1:23:45
전례없는 최악의 원전 사고
1986년 4월 26일 1시 23분 45초 소련 연방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4번 원자로가 폭발한다. 관계자들은 원자로가 아니라 주변 탱크가 폭발한 것으로 알았고, 당시에는 방사능 계측기도 부실했다. 화재 경보를 듣고 출동했던 소방관들은 엄청난 방사능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화재 진압에 열중했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이 입었던 방재복이 폐쇄된 병원 지하에 쌓여 있는데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엄청난 방사능을 뿜고 있다고 한다. 당시 원전 근처의 철로 위에서 불구경을 하던 민간인들도 대부분 목숨을 잃었다. 폭발 이후 36시간 동안 3 km인근 프리피야티(Pripyat) 시민들은 방사능 물질 누출 사실을 모른 채 학교와 직장으로 나간 것이다.

Chernobyl Episode 2: Please Remain Calm 
재난을 다루는 국가의 자세 
드라마는 정확한 정보와 진실을 공개하지 않고 은폐한 관계 당국의 자세를 내내 비판적으로 다룬다. 원전 폭발 36시간이 지나서야 사태의 엄중함을 깨닫고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이때도 “잠깐 대피할 것이니 조용하게 질서를 지키기 바랍니다”라고 방송했고, 사람들은 2~3일 있으면 다시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었다. 당국은 사고사실을 외부에 숨겼지만, 바람을 타고 퍼진 방사성 물질까지 막을 수는 없어 어쩔 수 없이 사고사실을 인정한다. 공식적으로는 체르노빌 원전 폭발로 31명이 사망했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지는 지금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Chernobyl Episode 3: Open Wide, O, Earth 
Christian burials in the Eastern Orthodox Church contains a hymn that begins with, "Open wide, O earth," as the body of the deceased is lowered into the ground. 

Chernobyl Episode 4: The Happiness of All Mankind
It's no secret that the Soviet Union was obsessed with propaganda and keeping secrets, which is why there actually were banners in local villages that had the phrase, "For the happiness of all mankind," written on it.

Chernobyl Episode 5: Vichnaya Pamyat 
It's taken from the burial ritual of the Eastern Orthodox Church. At the end of the ceremony in the church, the choir chants "vyechnaya pamyat" three times, which translates to "memory eternal."

체르노빌 현지의 관광객 증가
체르노빌 원전 지역은 소련 해체 후 우크라이나로 편입되어 2011년부터 제한적으로 관광이 허용되었다. 미니시리즈 <체르노빌> 방영 이후로 예약률이 급증하여 올해에는 작년 두배인 15만명이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관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니시리즈 제작자 크레이그 마진(Craig Mazin)은 자신의 SNS에 “그곳에서 대재앙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면서 “예의를 갖춰 행동하라”고 당부했다.

존엄하게 산다는 것 [칸트의 정언명령] / 선량한 차별주의자

존엄하게 산다는 것 / 인간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라는 칸트의 정언명령에 충실



자기 자신의 대체 불가능함을 깨닫는 사람은 존엄에 대한 인식에 이르게 된다. 




사람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 존엄의 보편성에 이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패와 만남이 필요하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이 무너져 내리는 실패를 경험했을 때 인식의 한계를 넘는다. 이런 실패는 대부분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실패는 그저 성공하지 못함이 아니라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한계의 자각이다. 사도 바울이 예수를 만나는 경험과 같은 회심이 바로 이런 실패를 의미한다. 살면서 맺는 좋은 인간관계가 존엄에 대한 의식 자체를 일깨울 수 있다. 




오늘날의 글로벌 디지털 사회에서는 먼저 목소리를 높여 주목을 받고, 다른 사람을 기만하고, 남에게 영리하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사람만이 명예와 권력, 영향력을 손에 쥐는, 그런 사람이 성공의 본보기가 되는 시대이다. 이렇게 '성공한 사람'이 '존엄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대체한다. 존엄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사라진다. 스스로의 존엄을 유지하고 타인의 존엄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섣불리 나서지 않고 주의깊고 신중하다는 것이다. 



나는 차별하지 않을까? 아니면 차별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일 뿐일까?
스스로 선량한 시민일 뿐 차별하지 않는다고 믿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들'에 관한 이야기 
이주민에게 "한국인 다 되었네요"
장애인에게 "희망을 가지세요"

불평등과 차별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학자들은 '평범한 사람이 가진 특권'을 발견했다. 일부가 가진 권력만 특권이 아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시외버스를 타는 일도 특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등이라는 대원칙에 동의하고 차별에 반대하지만 특권을 가진 집단은 차별을 덜 인식한다. '국가 권력에 맞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쳐왔지만 주류로서의 특권을 인식하지 못해 차별적 태도를 보이는 진보 정치인'이 대표적이다. 
장애인이 버스를 타면 시간이 더 걸리니까 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비장애인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공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다. 

A Common Trait Among Mass Killers: Hatred Toward Women

다수를 살해하는 종류의 범죄를 연결하는 하나의 공통점, 여성 혐오

적어도 여성보다는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인식, 적어도 이민자보다는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 장애인보다는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의식, 지방 출신보다는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사고

A Common Trait Among Mass Killers: Hatred Toward Women

New York Times , August 10, 2019
The man who shot nine people to death last weekend in Dayton, Ohio, seethed at female classmates and threatened  them with violence.
The man who massacred 49 people in an Orlando nightclub in 2016 beat his wife while she was pregnant, she told authorities.
The man who killed 26 people in a church in Sutherland Springs, Tex., in 2017 had been convicted of domestic violence. His ex-wife said he once told her that he could bury her body where no one would ever find it.
The motivations of men who commit mass shootings are often muddled, complex or unknown. But one common thread that connects many of them — other than access to powerful firearms — is a history of hating women, assaulting wives, girlfriends and female family members, or sharing misogynistic views online, researchers say.

As the nation grapples with last weekend’s mass shootings and debates new red-flag laws and tighter background checks, some gun control advocates say the role of misogyny in these attacks should be considered in efforts to prevent them.
The fact that mass shootings are almost exclusively perpetrated by men is “missing from the national conversation,” said Gov. Gavin Newsom of California on Monday. “Why does it have to be, why is it men, dominantly, alw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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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erts say the same patterns that lead to the radicalization of white supremacists and other terrorists can apply to misogynists who turn to mass violence: a lonely, troubled individual who finds a community of like-minded individuals online, and an outlet for their anger.
“They’re angry and they’re suicidal and they’ve had traumatic childhoods and these hard lives, and they get to a point and they find something or someone to blame,” said Jillian Peterson, a psychologist and a founder of the Violence Project, a research organization that studies mass shootings. “For some people, that is women, and we are seeing that kind of take off.”
David Futrelle, a journalist who for years has tracked incel websites and other misogynistic online subcultures on a blog called "We Hunted the Mammoth," described incel websites as a kind of echo chamber of despair, where anyone who says anything remotely hopeful quickly gets ostracized.
“You get a bunch of these guys who are just very angry and bitter, and feel helpless and in some cases suicidal, and that’s just absolutely a combination that’s going to produce more shooters in the future,” Mr. Futrelle said.
Psychiatrists, however, say that the attention on mental health generated by mass shootings, and the common argument that mental illness is the explanation for these massacres, cannot explain the link between misogyny and mass shootings. Misogyny — or other types of hatred — is not necessarily a diagnosable mental illness.
Instead, said Amy Barnhorst, the vice chair of community psychiatry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who has studied mass shootings, what ties together many of the perpetrators is “this entitlement, this envy of others, this feeling that they deserve something that the world is not giving them. And they are angry at others that they see are getting it.”